가족 감염 막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언론 보도에 보건당국 도움의 손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한 아프리카 이민자 가정 소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수일간 차량에서 격리 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 현지에서 빈곤 문제와 결합한 보건 위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부 페루자에 거주하는 알제리 출신 이주민 야신(47)은 학교 측의 권고로 최근 13살인 장남의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여기서 확진 판정을 받아들었다.
야신은 아이를 당장 격리해야 했지만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했다. 방 한 칸과 화장실 하나가 딸린 작은 집에 아내와 세 아이 등 총 5식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관이나 호텔에서 재울 형편도 안됐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야신은 실직 후 최근 몇 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과 지역 보건소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원 자격이 안 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했다.
이에 야신은 눈물을 머금고 큰아들이 차량에서 격리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들은 다행히 거의 무증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차량 내에서의 열악한 생활 환경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상태가 악화할 우려도 있었다.
야신은 고민 끝에 그로부터 며칠 뒤 언론에 자신의 가족이 처한 사정을 제보했고, 다행히 보도를 접한 지역 보건당국이 무증상 환자를 위해 지정된 호텔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수일간의 차량 격리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야신은 1995년에 이탈리아로 이주한 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가족들의 정착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야신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한 한 언론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경제·보건 위기의 한 단상'이라며 소외 계층을 위한 보건·복지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6천831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새 발생한 사망자 수는 217명이다.
누적으로는 확진자 61만6천595명, 사망자 3만8천12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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