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삼성SDI·SK이노도 배터리 실적 개선
배터리 사업 독립시키고·해외 공장 증설하고
전기차 화재와 국내 업체간 '배터리 소송'은 장애물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 등 'K 배터리' 3사가 올해 3분기 잇따라 호실적을 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35%로 배 이상 늘었는데, 배터리 기업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더 키우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외 전기차 화재 사고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에 벌이는 '배터리 소송' 등 현안도 산적해 안심하기만 할 수 없는 모습이다.
◇ K 배터리 3사 호실적…'세계 1위' LG화학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
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LG화학은 3분기 매출 7조5천73억원, 영업이익 9천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LG화학이 거둔 분기별 실적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영업이익은 158.7% 각각 증가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57.8% 늘었다.
특히 전지 부문이 주목받았다. 자동차 배터리, 소형 전지 공급 확대로 역대 최대인 1천6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매출도 3조1천43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와 원통형 전지, 정보기술(IT) 제품 공급 확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삼성SDI도 3분기에 매출 3조872억원, 영업이익 2천674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0.2%, 61.1% 증가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전지사업 부문 매출은 2조3천818억원을 기록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전 분기 대비 24.1%, 작년 동기 대비 22.0% 증가한 수치다.
삼성SDI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유럽 전기차 지원정책 강화로 자동차용 전지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고,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사업 부진 등 이유로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289억원 발생했지만, 배터리 사업은 적자폭을 대폭 축소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은 4천8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배, 전 분기보다 43.7%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전 분기보다 149억원 개선한 98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창저우와 헝가리 코마롬에 신설한 해외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판매 물량이 증가한 결과라고 SK이노베이션은 밝혔다.
◇ K 배터리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 35.1%…앞으로 몸집 더 키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계 3사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35.1%다. 이는 지난해 동기 시장 점유율 16.2%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3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전문화하거나 해외 공장을 증설하고 신규 투자를 벌이는 등 규모를 키우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 ㈜LG에너지솔루션로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신설 회사의 투자를 확대해 배터리를 중심으로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의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장승세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전무)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분사 예정인 신설법인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약 150조원의 수주를 확보했다"며 "법인 신설 이후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소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등 배터리 사업 전 영역과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글로벌 1등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해외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뒤쫓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 9.8GWh 규모 헝가리 2공장을 2022년 1분기에 ▲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9.8GWh 규모 미국 1공장을 2022년 1분기 ▲ 11.7GWh 규모 2공장을 2023년 1분기부터 양산 가동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사업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고, 내년에는 올해의 2배가 넘는 3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는 매출 5조원 중반대를 달성하고 손익분기점(BEP)을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사업에서도 중국, 폴란드 등 해외 공장에 공격적으로 해외에 설비를 증설하며 올해 말 생산능력을 8억7천만㎡, 2023년에는 18억7천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전기차 화재, 'LG·SK '배터리 소송' 현안도 산적
K 배터리 3사의 최근 호실적과 빠른 성장세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현안이 산적하다.
현대자동차[005380] 코나 전기차 화재로 촉발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은 LG화학이 당면한 대표적인 과제다.
국토교통부는 코나 EV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배터리 셀 제조불량 가능성을 지목한 반면, LG화학은 배터리 제조 결함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코나 배터리 교체 비용을 LG화학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 비용은 대당 1천3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리콜대상 차량의 10%가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약 1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해외에서도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포드 쿠가 PHEV에서 배터리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안전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관련 소송도 큰 부담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침해 소송,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지난달 26일 내릴 예정이었지만 결정 기일을 12월10일로 6주 연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할 수 있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소송이 1년 반 넘게 길어지면서 소송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소송비용 부담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가 지불한 소송비용은 4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이 두 회사 간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K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도 크다"며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로를 열어두고 대화를 지속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kc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