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여러 병원균에 노출…부자 나라보다 높은 면역력"
"과학적 검증 부족" 반론도…신규 확진은 4만5천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열악한 상황으로 악명 높은 인도의 위생환경이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2일(현지시간) 인도를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19 치명률 등을 연구한 인도 전문가들의 두 논문을 인용해 이런 주장을 소개했다.
주장의 요지는 인도 같은 저개발국의 국민 다수가 어릴 때부터 오염된 물 등 불결한 위생 환경과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강해져 코로나19와 관련한 심각한 피해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지난 9월 중순 정점을 찍은 후 최근 눈에 띄게 주춤해진 상태다.
10만명에 육박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3만∼4만명대로 줄었다. 2일에도 4만5천231명(누적 822만9천313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치명률의 경우 1.5%(누적 사망자 12만2천607명)로 세계 평균 2.6%보다 크게 낮다.
공식 통계와 달리 이미 수억 명의 인도인이 감염됐다는 조사가 나오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매우 적은 셈이다.
이번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인도 정부 산하 과학산업연구위원회(CSIR)의 셰카르 만데 소장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고소득 국가 국민보다 코로나19에 대해 더 높은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CSIR은 이번 논문에서 인구 밀집도, 질병 유행 상황, 위생 시설 수준 등을 기준으로 106개 나라의 상황을 비교했다.
다른 논문의 연구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주목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장(腸)내, 토양 등)의 미생물 생태계를 말한다.
인도 지방의대 소속으로 122개국의 데이터를 연구한 프라빈 쿠마르와 발 찬데르는 "인구가 많고 여러 종류의 미생물에 노출된 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더 적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폐렴, 요로·피부 감염 등을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항바이러스 사이토킨(cytokine)도 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이토킨은 면역세포가 감염 차단을 위해 방출하는 염증성 단백질을 의미한다.
CSIR의 연구 등 두 논문은 아직 동료 검토(peer review·피어 리뷰)를 거치지는 않았다.
면역학자 스미타 라이어는 이같은 코로나19 관련 '위생 가설'은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의 이해와 관련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 방어'의 저자인 맷 릭텔은 "우리의 환경이 지나치게 깨끗해져서 면역 체계가 충분히 훈련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위생 가설'에 대해서는 아직 인과 관계 등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루티카 쿠팔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전염병 부문 조교수는 "그런 새로운 연구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추정을 고려했다"며 "과학적 팩트라기보다는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