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후 심장에 물 찼을 때, 항염증제 효과적"

입력 2020-11-03 10:19  

"항암 치료 후 심장에 물 찼을 때, 항염증제 효과적"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 심낭 삼출에 항염증제 '콜히친' 투약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암으로 인해 심장 주머니(심낭)에 물이 찼을 때 물을 빼낸 후 2개월 이상 항염증제 '콜히친'을 투여하면 합병증과 사망률을 모두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은경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이 병원에서 심낭 천자 시술을 받은 악성 심낭 삼출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콜히친 등 복용 여부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심장은 심낭이라고 부르는 두 겹의 얇은 막이 마치 주머니처럼 감싸고 있다. 심낭은 쉼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변하는 심장의 크기에 따라 늘었다가 줄어들면서 심장 겉면의 마찰을 막아주는 일종의 보호막이다.
이런 심낭과 심낭 사이에 물이 차는 것을 심낭 삼출이라고 하는데 심하면 심장을 눌러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하게 한다. 암 환자에게는 암이 침범하거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낭에 물이 차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몸속에 집어넣어 물을 빼내는 심낭 천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물을 빼낸 뒤 심낭이 서로 들러붙어 염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암으로 인한 악성 심낭 삼출에 대한 치료가 쉽지 않았고, 연구팀은 항염증제 콜히친에 주목했다. 콜히친은 일반적으로 심낭염증의 재발을 막고자 주로 쓰이지만 암 환자에게는 시도된 바 없다.
우선 연구 대상자 445명 중 46%에서 심낭 천자 시술 후 교착성 심낭염이 나타났고, 약 26%는 심낭 삼출이 재발했다.
콜히친 투여 여부로 분류한 결과, 콜히친을 투여한 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합병증 발병 위험이 35% 낮았다. 사망 위험 또한 비투여군과 비교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과 관련, 심낭 천자 후 합병증 비율이 감소하면서 항암 치료를 조기에 재개할 수 있었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콜히친 투여가 심낭 천자 시술 후 합병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라며 "앞으로 콜히친의 적절한 투여 시기 및 용량, 투여 기간에 대해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심혈관계 분야의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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