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내년부터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공시가/시세)이 점진적으로 향후 시세의 90% 수준까지 오르면서 집값 안정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정부는 공동주택 연 3∼4%, 단독주택 연 3∼7%, 토지 연 3∼4%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목표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실화 제고 기간을 최대 15년으로 장기화하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1주택자의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씩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시세가 보합세를 보이더라도 재산세의 과세표준인 공시가격의 상승은 매년 불가피하다"면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목표치(90%)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실화율 제고가 보유세 인상과 증세를 위한 것이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고, 내년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를 제지하는 효과는 기대할만하다"고 밝혔다.
특히 시세 9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는 내년부터 목표 현실화율 90%를 향해 매년 3%포인트씩 균등한 폭으로 공시가격이 오르게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권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클 듯하다"며 "강남,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가수요 억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도 "공시가격 현실화의 취지는 주택 시장 안정화가 아니다"라면서도 "다주택자를 비롯해 대다수 계층에서 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택 매도 물량이 늘어나고,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오르는 세금은 시세 차익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며 "규제로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의 거래를 틀어막는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보유한 대다수 계층에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부터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가 늘어날뿐 아니라, 보유세의 또 다른 한 축인 종부세의 과세표준과 관련된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매년 5%포인트씩 인상돼 2022년에 공시가격의 100%로 맞춰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는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이 현행 0.6∼3.2%에서 1.2∼6.0%로 인상될 예정이라 규제지역의 세 부담이 크게 뛴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1주택자에게만 재산세율을 인하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공시가격 6억원을 밑도는 저가 주택들이 6억원으로 키 맞추기를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의 영향에 더해 내년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계획으로 전세의 월세 선호 경향도 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교수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는 분위기인데, 공시가격마저 상승하면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조세 전가를 위한 월세 전환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교수도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일종의 현금 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랩장은 "만약 내년까지 전셋값 불안이 지속된다면 보유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에 따른 전세가 상승과 보증부 월세 현상의 고통이 임차인에게 전이될 우려가 남아있다"며 "은퇴한 고령층의 조세 부담에 대한 불만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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