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화산분화·지진·쓰나미 있다…핵 처분장 어디에 만드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계속 활용할 방침을 시사한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원전 제로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산업폐기물 회사라면 처분장이 없는 경우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사가 허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원전은 '핵폐기물' 최종 처분장이 없는데도 정부가 허가하고 있다. 이것은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핵) 폐기물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용할 곳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폐기물을 더는 배출하지 않는다', '원전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전제가 없으면 국민의 합의를 얻을 수 없다"며 "우선 정부가 원전 제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핀란드 핵폐기물 최종처분장의 경우 암반을 400m 깊이로 뚫고 보관 시설을 만들었지만, 습기로 인해 물이 생기고 방사성 물질이 섞여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가 남아 있었다고 2013년에 현지를 다녀온 경험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이라면 습기가 문제가 아니라 온천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에는 화산이 있고 분화도 한다. 지진과 쓰나미(지진 해일)도 있다"며 "일본 어디에 처분장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최근 일부 지자체가 최종 처분장을 수용하려는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교부금으로 자기 마을이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게 하려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도입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50년까지 일본이 온실가스를 사실상 배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같이 언급했다.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으며 사실상 원전 확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가 총리는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신규 원전을 만들 생각이냐는 물음에 "현시점에서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반응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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