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새 이빨·신체부위 등 밀거래 늘어…남미 중국계들이 가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재규어가 밀렵과 밀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밀렵당한 재규어는 정교한 네트워크를 갖춘 범죄조직을 통해 중국 시장으로 팔려가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네덜란드 지부와 환경단체 어스리그 인터내셔널(ELI)은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남미에서 횡행하는 재규어 밀거래 실태를 조사해 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재규어는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큰 동물로, 야생동물의 멸종위기 정도를 구분하는 IUCN 적색목록엔 '준위협'(Near Threatened) 단계로 분류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야생 재규어는 13만∼20만8천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볼리비아엔 2천∼3천 마리가 살고 있다.
볼리비아 내에선 2012년 이후 재규어 밀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재규어 송곳니 등을 몰래 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늘었다.
주 수요처는 중국이다.
최근 몇 년 새 볼리비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재규어 밀거래 확산의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재규어의 고기, 이빨, 뼈, 가죽이 모두 거래 대상이다.
ELI의 공동설립자 안드레아 크로스타는 "중국인들은 재규어 신체 부위에 약효가 있다고 믿는다"며 "재규어의 송곳니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에선 재규어를 '아메리칸 호랑이'라고 부르며 호랑이의 대체물로도 여긴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재규어 밀거래 조직은 정교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편의를 위해 경찰에게 뇌물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이 확인한 밀거래 조직 중엔 중국 범죄조직의 남미 지부도 있으며, 보통 남미에 거주하는 중국계들에 의해 밀거래가 이뤄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지인들은 재규어를 사냥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팬서라'의 발레리아 보론은 로이터통신에 "밀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조차 없다"며 "지난 몇 년간 볼리비아에서 적발돼 압수한 재규어 송곳니가 수백 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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