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재선을 노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개표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할 시점을 놓고 좌고우면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대선 후에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고 경쟁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는 시점에 맞춰 당선자에게 총리 명의의 축하 인사를 전해 왔다.
직전 미국 대선인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싸웠던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선언한 지 30분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축사를 발표했다.
이어 아베는 투개표일 이틀 후인 11월 10일 전화 통화를 한 뒤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11월 17일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는 등 당선자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이긴 2004년 대선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연거푸 승리한 2008년, 2012년 대선 때도 패배 진영의 동향을 살핀 뒤 패배 인정과 승리 선언인 나오는 것에 맞춰 총리 명의의 축의를 표명했다.
다만 조지 부시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격돌했던 2000년 대선 때는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축하 인사를 미룬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어 후보가 법정 싸움에서 진 뒤 대선 패배를 선언한 후인 12월 14일 부시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패배 진영이 진 사실을 인정하고, 이긴 측이 이를 토대로 승리를 선언할 때까지 축하 메시지 발표 시기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5일 자신이 속한 파벌인 자민당 다케시타(竹下)파 모임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언제 확정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설명하면서 승패가 가려지는 대로 가능한 한 조속히 당선자에게 일본 정부의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당선자 간의 전화 회담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바이든 후보 당선이 확정될 경우 스가 총리와의 전화 회담을 성사시킨 뒤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로 스가 총리의 미국을 방문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실과 외무성은 패배한 쪽이 패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확인한 뒤 승리한 쪽에 축의를 전하는 것을 상정해 준비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 움직임도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일본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아침(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선거가 연방대법원에서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해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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