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승리 기정사실화 하며 인내 당부하자 트럼프, 불복 기정사실화로 맞불
"소송 많을 것·증거 많다" 연방대법원행 거론도…보수 우위라 유리 판단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선 승리가 가까워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회견을 열어 사실상 불복을 예고했다.
바이든 후보가 개표 종료까지 기다리자면서도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불복을 기정사실화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승자가 확정되더라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틀 뒤인 5일(현지시간) 오후 5시50분께 긴급 회견을 예고했다.
40분 뒤인 오후 6시 30분에 브리핑룸에서 회견을 하겠다고 취재진에 공지한 것이다. 막바지 개표가 진행되면서 미 주요 언론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너나없이 보도하던 시점이었다.
4일 새벽 백악관에서 조기승리 선언을 한 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합법적 투표만 집계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신이 우세를 보였던 개표 초중반의 표를 합법적 투표로, 이후에 바이든 후보의 역전을 허용했던 상당수의 우편투표 등 개표 중후반의 표를 합법적이지 않은 투표로 규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선거를 조작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했다. 소송이 많이 있을 것이고 많은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최고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아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자로 정리될 경우 불복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개표 과정에서 자신이 우세하다가 갑자기 바이든 후보를 찍은 우편투표 용지 더미들이 나타나 상황이 바뀌었다며 조작 가능성에 따른 개표 중단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일부 핵심 경합주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날 회견 역시 같은 입장의 연장선상이지만 직접 백악관 브리핑룸에서의 회견을 통해 선거조작 주장 및 소송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대선 결과의 연방대법원행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의 대선 전 인준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지형이 재편된 연방대법원을 통해 결과 번복을 시도할 예정임을 드러낸 셈이다.
바이든 후보가 자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며 개표가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고 당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불복을 공식적으로 기정사실화하며 맞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개표가 끝나면 나와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승자로 선언될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개표 종료까지 침착을 당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270명을 확보하면 당선인데 현재 접전이 벌어지는 4곳 중 한 곳만 이겨도 승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캠프가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제기한 소송이 이날 벌써 기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가 많다고 했지만 이날 회견에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 소송의 향방은 트럼프 캠프가 확보해 법원에 제시할 수 있는 증거의 규모와 수준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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