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지속 전망 우세…"그럼에도 환노출형 펀드가 장점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70원 넘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가운데 당분간 달러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환위험 노출형(이하 환노출형)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달러 추가 약세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시 환위험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환노출형 상품을 택하는 게 분산투자 및 위험 대비 성과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8일 인포맥스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이 지난 7월 27일 신규 설정한 'AB 미국그로스' 펀드의 환노출형(UH) 상품은 이달 6일까지 1.9%의 누적 수익률(이하 A클래스 기준)을 냈다.
반면 기존 환헤지형(H) 상품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7.5%로, 환노출형보다 5.6%포인트 높았다.
연금형 상품인 '삼성한국형 TDF 2050' 펀드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환헤지형이 2.8%인 반면, 환노출형은 -3.0%로 환헤지형에 5.8%포인트 뒤졌다.
이 기간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75.7원이나 하락한 게 환노출형 상품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작년 이전부터 환노출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손실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반기 들어 본격화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위험 회피로 일시적으로 발생했던 원화 약세의 되돌림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노출형 해외펀드의 환손실이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는 점이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재정부담 증가와 다자주의 지향으로 달러화 자산이 앞으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기대가 반영되면서 미 달러화는 전방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서구 대비 상대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점은 원화 및 위안화의 동반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투자 시계가 긴 일반 투자자라면 환노출형 상품에 가입하는 게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기 때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해외주식형 상품의 변동성은 환헤지형보다 환노출형 상품이 오히려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주가 하락을 달러 가치 상승이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헤지형 상품의 경우 장기 투자시 헤지비용 부담이 추가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산투자 원칙 측면에서도 환노출형 상품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비중은 원화 자산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게 현실"이라며 "분산투자 차원에서라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변동성에 일정 부분 노출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선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환노출형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이 공부를 통해 투자 지식을 쌓으면서 환노출형 상품의 장점을 이해하고 투자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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