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미 보호주의 속 수출 여건 나아질까' 촉각

입력 2020-11-07 10:00  

철강업계, '미 보호주의 속 수출 여건 나아질까' 촉각
탄소조정세 도입 등 비관세 장벽↑
신재생에너지 업계 '낙수효과' 기대…에너지전환 정책 가속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윤보람 기자 =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승기를 굳히면서 우리 철강업계가 철강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후보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경제 안보를 국가안보와 동일시하는 입장인 만큼,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보호주의 속 수출 여건 나아질까" 촉각
정부 관계자는 8일 "글로벌 철강산업 상황과 미국 철강 시장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등 전방 수요 산업과 건설 수요가 많이 줄어 가동률이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면서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수입제한 조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도 "바이든 후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 따른 관세 부과는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미국의 무역구제 정책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부활시켜 철강업종에 강력한 규제를 가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량 제한)'를 받아들이는 대신 관세에 대한 국가 면제를 받았다.
당시 3년간 평균 수출량이 383만t 수준임을 고려하면, 미국으로 연간 최대 268만t 이상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한선이 생긴 것이다.
이 쿼터를 해제하거나 상한선을 낮추지 않는 이상 철강산업이 바이든 당선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제품별 관세 연례재심 등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 때부터 계속 진행한 것이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바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쿼터 적용으로 미국 철강 산업이 실질적으로 얻은 효과는 크지 않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에 바이든이 이 제도를 손볼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32조 조사를 남발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232조를 근거로 한 신규 수입 규제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수출시장 확대 정책도 우리 수출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바이든은 동맹국과 관계를 중시하고 미국의 수출시장 확대 정책을 추진해 우리의 대미 철강 수출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환경 비관세 장벽 높아지나…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반색
환경, 노동 등 부문에선 비관세 장벽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친환경 정책을 핵심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순 제로(0)'에 도달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탄소조정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의 대미 수출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제품 등의 수출 때 세금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탄소조정세가 도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미국 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탄소조정세는 일종의 관세 성격인 만큼, 미국이 도입하면 다른 국가들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바이든이 다자주의 복원을 지향하는 만큼, 세계 무역과 관련한 중대한 '룰'을 다자 차원에서 접근해 함께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국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에 2조 달러를 지출해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탄소가스 배출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고, 이는 태양광, 풍력 관련 국내 제조업체에 낙수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역시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조기 전환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미국 진출 기회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시행 중인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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