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소신 담길듯…사모펀드 사태 수습 속 '난처' 기류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로부터의 독립' 필요성을 주장한 가운데 어떤 독립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윤 원장이 학자 시절부터 고민해온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 강화 방안의 최종판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 책임론이 이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권한 확대 주장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 '독립안' 마련 중…"여러 스펙트럼 가능"
8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금감원은 감독업무의 독립성 강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관련 질의를 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 등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돼 있지 못하다'는 송 의원 지적에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희 의지대로 시장 상황을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날 윤 원장의 발언은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닌 개인적 소신이 담긴 '돌발 발언'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국회 제출 예정 문건의 제목을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으로 할지, '(금융위로부터의) 예산 독립안'으로 할지 등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안이 미리 마련돼 있던 게 아니라 바로 제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며 "방안의 수위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산업정책·감독정책 분리" 논쟁 다시 불붙나
현재 금융위-금감원 체제로 구성된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자리 잡아 현재까지 12년간 유지돼왔다.
금융위설치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등에 관한 업무를 총괄한다. 금감원은 금융위 업무 중 검사·감독·행정제재 등의 업무와 권한을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수직적 구조 때문에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 분리를 통한 독립성 확보는 금감원의 숙원이기도 하다.
금융위의 정책 결정에 따른 감독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금감원이 인력이나 예산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다.
최근에도 금융위가 사모펀드 1만여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정함에 따라 금감원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금융위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금융산업 진흥책을 펴는 '액셀'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브레이크'를 한 곳(금융위)에서 밟기 때문에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듭돼 왔다.
윤 원장도 과거 이러한 주장을 해온 대표적 학자 중 하나다. 그는 논문 등을 통해 현재 금융위가 갖고 있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국감에서도 "금융위가 금융산업의 육성과 금융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함수를 같이 안고 출발했다"며 "저희는 그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본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윤 원장이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꾸준히 주장해오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독립' 주장했다가 공공기관 지정될라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현재는 독립안 마련보단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란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데다가 전·현직 직원이 룸살롱 접대 사태에까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이런 예민한 시기에 독립안 이야기를 꺼내는 건 '매를 버는' 말 같다"며 "원론적으로는 맞는 방향이었다고 해도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안을 금융위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시점에 나온 '독립안' 발언이 예산 삭감 등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의 독립 발언이 되레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윤 원장의 '금융위로부터의 독립' 발언 당시 은 위원장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재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마음에 들겠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 구성원들이 공공기관 지정을 원하지 않는데 우리가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진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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