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발묶였던 중미 등 이민자들, 이민 규제 완화 기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에 격렬히 환호한 이들 중엔 미국행이 좌절됐던 중미 등 출신의 이민자들도 있다.
7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승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패배 소식이 알려지자 멕시코 국경에 발이 묶였던 이민자들은 막혔던 미국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쁨을 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국경 마타모로스의 이민자 캠프엔 '바이(Bye) 트럼프'라고 써진 은색 풍선이 떠올랐다.
이날 바이든 승리 소식이 전해진 후 마타모로스 캠프에 있는 쿠바 출신의 다이론 엘리손도는 로이터에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 오늘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미 대선을 전후해 이민자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바이든 승리를 위해 기도했고, 텐트 밖에 '바이든을 뽑자'는 표지판을 세워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4년 내내 이민자들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고수해왔다.
특히 '캐러밴' 이민자들의 출발지인 중미 국가들과 경유지인 멕시코에 미국행 불법 이민자들을 막으라고 압박하고, 망명 절차도 더욱 까다롭게 했다.
이른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 정책을 도입해 미국행을 원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도록 했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을 코앞에 두고 최대 3천 명의 이민자들이 간이 천막에 머물던 마타모로스 캠프는 트럼프 정권 이민자 탄압의 상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표현했다.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 국경도시에서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현재는 800명 정도가 마타모로스 캠프에서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멕시코 잔류'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두라스 출신의 오스카르 보르하스는 바이든이 취임해도 당장 미국행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쿠바인 엘리손도는 "미국 이민법이 이민 친화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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