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 84㎡ 전셋값 석 달 새 최고 3억5천만 원 올라…임차인은 외곽으로
서울 전세 빼서 김포에 집 사는 사례도…동탄2 외곽 중저가에도 매수세 붙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최근 껑충 뛴 전셋값에 서울 외곽과 경기도에서 아예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물건 부족으로 한두 달 사이 전셋값이 최고 2억∼3억 원까지 뛰자 돈을 더 보태 중저가 주택 매수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매수세가 붙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중저가 아파트값도 상승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 "전세 만기 남았는데 서울서 전세 빼 김포에 집 사"
8일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단지에서 전세 물건이 극소수에 불과하거나 물건은 있어도 전셋값이 2∼3개월 전보다 수천만 원에서 2억∼3억 원까지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새 임대차 법이 8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기존 주택에 2년 더 싼 값에 살 수 있게 된 세입자들은 집 걱정을 크게 덜게 됐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 등 이유로 새집을 찾아야 하는 경우라면 최근 전세난에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는 교통·학군이 좋아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은 물론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까지 전셋값이 급등하며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아파트의 경우 6∼7월까지 전용면적 84㎡ 전세가 보증금 5억∼5천5천만원에 계약됐으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8월 10일 6억원(18층), 9월 15일 7억3천만원(22층)에 계약이 이뤄졌고, 지금은 호가가 7억5천만원 이상으로 오른 상태다.
불과 3개월여 만에 전셋값이 2억∼2억5천만 원이나 뛴 셈이다.
응암동 A 공인 대표는 "지금 전세는 물건이 없어 난리다. 정말로 물건이 단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전셋값이 보통 1억5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올라 수요자 입장에서 받아줄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얘기"라며 "이쪽 전셋값이 싼 줄 알고 찾아왔다가 전셋값 오른 걸 듣고는 놀라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셋값이 너무 뛰니 이 동네 사람들도 김포나 고양, 파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며 "얼마 전 전세 만기도 안 됐는데, 급하게 전세를 빼서 김포에 집을 사서 가는 경우를 봤다. 김포는 규제가 없어 대출도 많이 나오고 아직 집값이 괜찮다며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라고 전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보증금 5억∼6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다가 8월 31일 7억원(8층), 9월 26일 7억5천만원 등으로 전셋값이 뛰었고, 지금은 8억5천만원까지 부르는 상황이어서 3개월 사이 전셋값이 2억5천∼3억5천만원이 올랐다.
중계동 B 공인 대표는 "임대차법이 바뀌면서 어지간하면 다들 2년 더 계약을 연장하고 눌러앉고 있어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을 많이 올려 다주택자 매매에 의한 전세 공급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셋값이 올라 아예 매매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는데, 집값도 너무 비싸다 보니 이쪽에서는 엄두를 못 내고 더 외곽 지역을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영3차 84㎡의 경우 올해 3월까지 9억5천만원 수준이던 매매가격이 7월 처음 10억원을 넘겼고 8월에 11억원을 돌파한 뒤 지금은 11억∼12억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서구 화곡동 J 공인 관계자는 "한두 달 전까지 5억5천만∼6억원 하던 전세가 8억5천만원에 나온 것도 있다"며 "다들 직장과 아이들 학교 때문에 고민하는데 돈이 안 되니 가까운 김포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넘어가면서 아예 매매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중심지 전세 사느니 서울 외곽에 집 산다"
전셋값 급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02% 올라 최근 10주 연속으로 0.01% 올랐던 지루한 횡보를 끝내고 상승 폭을 키웠다.
이 같은 상승세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에서 견인했다.
지난주 중랑구는 아파트값이 1주 만에 0.08% 올라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노원·강북구(0.02%→0.03%)와 관악구(0.03→0.03%)가 상승률 상위 4개 구에 들었다.
전세난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은 김포·화성 등 경기도에서도 나타났다.
김포는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아파트값이 1주일 만에 무려 2% 가깝게 오르며 그야말로 '폭등'했다.
서울 전세난에 지친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며 김포로 향했고, 지방의 갭투자까지 몰리면서 집값이 뛰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의 얘기다.
김포 걸포동 K 공인 대표는 "서울 전셋값이 뛰니까 이쪽에 아파트를 사러 온 사람이 많았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지하철이 뚫려 여의도나 마포 정도로는 출퇴근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지하철역 주변 새 아파트 위주로 찾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포 운양동 G 공인 대표는 "이제 김포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전세난에 밀려 매매로 전환한 수요는 있는데, 집주인들이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물건을 들이고 계약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집을 보러 오고 있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 하려는 수요"라고 덧붙였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탄역 인근과 동탄호수공원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전세 모두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매맷값이 저렴한 동탄2신도시 외곽으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소들 얘기다.
화성시 청계동 G 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동탄2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의 경우 새 임대차법 전에 보증금 4억원이 안 가던 84㎡ 전세가 지금은 6억∼7억원까지 부른다. 6억∼7억원이면 동탄2 외곽에 있는 아파트 매매가격이어서 마음이 급해진 세입자들이 동탄 외곽의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