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7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 20명과 네바다주 6명을 포함해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개표 시작 닷새 만에 대선 승리에 필요한 '매직 넘버' 270명을 넘긴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조지아주(16명), 애리조나주(11명)에서도 우편투표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빙이었던 개표 초반의 예측보다는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역사상 연임을 위한 선거에서 패배한 11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다발적 소송전을 예고하는 등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아 당분간 혼란은 지속하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듯하다. 선거 과정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미국을 하나로 이끄는 과제는 이제 바이든 당선자의 몫이 됐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대외 전략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4년 만에 폐기되고 동맹의 가치가 복원될 공산이 크다. 20세기 냉전 시대에 러시아와 힘겨운 체제 경쟁을 벌였고, 21세기 들어서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으나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패권국가이다. 각국이 미국의 대선 결과와 대외정책의 기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다. 바이든 당선자가 일방주의보다는 상호주의, 고립보다는 개입을 천명한 만큼 미국의 새 행정부는 곧장 아시아ㆍ유럽 등에서 동맹을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 첫날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동맹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에 우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전략과 관점을 장기화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본질과 목적은 동일하되, 수단과 방법만 바뀌는 것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당장은 힘들지만,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정책을 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내심 바랐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충분히 대비했겠지만 이제 당선자가 확정된 만큼 좀 더 능동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크게 볼 때 변화의 두 축은 대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경제ㆍ통상 정책이다. 특히 대북 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예측된다. 북미 관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에 기초한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선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과를 쌓아가는 보텀업 방식이 유력하다. 따라서 북핵 제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단숨에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지루한 수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는 답답한 과정일 공산이 크다. 그러다 자칫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와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훨씬 더 진전됐고, 미ㆍ중의 패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골든타임도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새 지도부에 우리의 상황과 입장을 설득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등 평화중재자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보텀업 방식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나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8일 미국을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의 공식 채널뿐 아니라 정계, 재계, 학계 등 각계의 미국통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반민·반관의 1.5트랙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위력 과시용이든 관심 끌기용이든 무력 도발로 대화 분위기를 깨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경제ㆍ통상 분야의 경우에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이전보다 세련될지언정 근본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꼼꼼하게 대비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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