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도까지 바뀌나…이탈리아 소도시 '사라질 위기'

입력 2020-11-09 16:18  

코로나로 지도까지 바뀌나…이탈리아 소도시 '사라질 위기'
"끈끈한 이웃관계 때문에 전염병 빠르게 확산 우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작은 도시 로카피오리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칠리아섬 동부 칼파산 자락에 있는 로카피오리타에는 주민 187명이 살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0세 이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연령대다.
로카피오리타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도 1시간40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다.
그런데 지난달 콘체토 오를란도 로카피오리타 시장 사무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오를란도 시장은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면서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발병이 확산될 경우 자칫 주민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다만, 로카피오리타 주민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카피오리타에서 나고 자란 살바토레 오키노(93)는 "코로나19 타격으로 마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될까 걱정된다"면서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치렀던 희생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소도시는 로카피오리타만이 아니다.
지난 1일 시칠리아 북부 갈라티 마메르티노에서도 주민 2천400명 중 157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시칠리아 서남부에 있는 삼부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130명 나왔으며, 이 중 8명이 숨졌다.
시칠리아 주도 팔레르모에서 일하는 감염병 전문의 툴리오 프레스틸레오는 소도시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에 대해 "이웃이나 친척 간의 끈끈한 관계에 더해 소도시가 외딴곳에 있어 감염병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전국 20개 주를 심각도에 따라 빨강, 주황, 노랑으로 나눠 그에 맞는 수위의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시칠리아주는 지난 4일 주황색 구역으로 지정됐으며, 갈라티 마메르티노와 삼부카는 '레드존'으로 설정돼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3만5천104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4만1천394명이 숨졌다.
한편 이탈리아 소도시들의 멸종위기는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통계 당국에 따르면 이탈리아 인구는 90년 만에 약 5천500만명으로 감소했으며, 출산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도시 8천 곳 중 70%는 주민이 5천명 이하고, 25%는 주민이 1천명 이하다.
로카피오리타에서는 올해 3명이 사망했고 1명만 태어났다.
시칠리아 지자체협회의 마리오 알바노 협회장은 "로카피오리타에서 인구 감소는 코로나19 대유행 전부터 나타났다"면서 "이들은 이미 수십 년 내에 유령마을이 될 운명이었는데, 코로나19가 이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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