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 저자…1797년 사후 200여년만에 첫 동상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페미니즘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기리는 첫 동상이 200여년만에 영국 런던에 세워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울스턴크래프트 동상을 세우기 위한 캠페인인 '메리온더그린'은 런던 북부 지역 뉴잉턴 그린에 울스턴크래프트를 상징하는 은빛 동상을 세웠다.
모든 여성의 상징을 섞어놓은 조형물의 가장 윗부분에는 불평등에 맞서 나체의 모습으로 결연한 자세를 갖춘 여성이 우뚝 서 있다.
이는 울스턴크래프트를 기리는 첫 동상이다.
이번 동상을 위해 지난 10년간 목표액 14만3천 파운드(약 2억1천만 원)를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는 캠페인의 운영진 비 롤럿은 "논쟁과 토론이 촉발될 것이다. 그건 좋다. 그것이 바로 메리가 한평생 해 왔던 일들"이라 전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1792년 '여성의 권리 옹호'를 출간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이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당시 여성은 남성과 결혼하면 재산, 수입, 자식에 대한 권리 등 모든 법률적인 책임과 권리를 남편에게 양도해야 했다.
또 "열등한 이성을 지닌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자연의 법"이라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울스턴크래프트의 책은 매우 획기적이었으며 훗날 전 세계적으로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으로 평가받았으나, 당시에는 남성 주류 지식인들의 조롱거리가 됐었다.
당시 한 남성은 울스턴크래프트의 책 제목을 패러디해 '짐승의 권리 옹호'라는 책까지 내고, 여성에게 권리가 있다면 짐승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책을 출간한 뒤 아이를 낳다가 산고 끝에 1979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롤럿은 "당시 남성 지식인들이 울스턴크래프트의 명성을 완전히 깎아내렸다. 그의 개인사를 들먹이며 공격해 그의 인생 전체를 부정했다"면서 "우리는 오늘에야 마침내 부당함을 바로 잡았다"고 말했다.
동상을 제작한 매기 햄블링은 "너무 늦게서야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 런던에 세워진 동상의 90%는 모두 남성"이라면서 "여성의 평등을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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