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상원 다수석 잃기 전 '트럼프 지명' 이사 2명 인준 강행할 수도
인준 시 바이든 행정부 금융규제 드라이브 차질 가능성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자리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상원 공화당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망했다.
상원 다수석을 점한 공화당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에 공석인 연준 이사후보 2명의 인준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 지명과 인준을 일사천리로 마쳐 대법원 '보수 우위'에 쐐기를 박은 것처럼 금융정책의 열쇠를 쥔 연준도 보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상원 은행위 인준까지 마친 두 명의 연준 이사후보는 크리스토퍼 월러와 주디 셸턴이다.
특히 금본위제 옹호자인 셸턴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드 인사'로 지목돼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도 일부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공화당이 이들의 최종 인준을 밀어붙일 경우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선호하는 금융규제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연준 이사들뿐만 아니라 각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은행에 관한 법 집행·감독과 합병 승인에는 오직 연준 이사들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만약 바이든 당선인이 다른 금융 규제기관장들을 민주당 인사들로 채우더라도 은행권의 고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한 '볼커 룰'과 같은 일부 사안에는 연준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유일한 민주당 측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차기 재무장관으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공석이 최대 3석으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이 연준 이사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으로서는 금융 규제와 관련해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시장을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공화당 주도의 연준 이사 인준을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하는 반면, 재정 부양 합의 또는 그 밖의 조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WSJ이 전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