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및 투자 법안' 공개…인수 결정 후 5년간 소급적용 가능
"일자리 창출 투자는 계속 환영…적대적 세력에 뒷문 막을 것"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인수 시도를 가로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기업 인수 합의 후 5년까지 이를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1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기업부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가안보 및 투자 법안'(The National Security and Investment Bill)을 공개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방위 산업에서 에너지, 교통, 인공지능, 암호화와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국 기업에 대한 잠재적 인수안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체 기업 인수는 물론 자산이나 지적재산권 인수도 해당한다.
정부는 대부분의 인수안이 정부 개입 없이 승인될 것이며, 3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림으로써 투자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정부가 기업 인수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경우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인수안이 국가 안보나 필수 인프라를 위태롭게 할 경우 정부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합의 결정이 이뤄진 뒤 5년 후까지 소급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같은 법안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이 부과되고 최고경영자(CEO)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알록 샤르마 영국 기업부 장관은 "영국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를 계속해서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대적 세력이 뒷문을 통해 영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규정은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 재임 기간인 2002년에 만들어져 정부가 기업 인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작았다.
이후 영국 정부가 기업 인수에 개입한 것은 12건에 불과했다.
영국 정부는 이같은 법안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이미 2027년 이후 영국 5세대(G) 이동통신망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퇴출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2006년에는 러시아 에너지업체인 가즈프롬이 브리티시 가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2016년에는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 중국 국영기업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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