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향군인의 날 맞아 헌화…'차기 대통령 쐐기·동맹복원' 일석이조
조만간 文대통령과 통화로 동맹의지 내놓을듯…긍정영향 이어갈 韓외교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차기 대통령으로서 공식 행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때마침 찾은 곳이 한국전 참전 기념비여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탄 냈다고 평가한 동맹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바이든으로서는 국가기념일 행보로 차기 미 대통령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재차 쐐기를 박고 동맹 강화 메시지를 발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 셈이다.
바이든은 대선 과정은 물론 승리 이후에도 동맹 복원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 트럼프 정부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승리 이틀 만인 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시작으로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로부터의 잇단 축하 전화를 관통한 메시지도 '동맹 복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사실상의 첫 외부 공식 행보로 한국전 기념비 참배를 택했다는 것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5월 현충일 당시 델라웨어 윌밍턴 인근의 참전용사 기념관에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한 바 있지만 그 때는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기 전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떠올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바이든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향해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라고도 했다.
방위비 협상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궤를 달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날 한국전 기념비 참배는 다시 한번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겨 한국 정부와의 진정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희소식이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란 역사를 쓰고도 2년 가까이 교착을 면치 못하는 한반도 상황과 미 대선이라는 시간상의 한계, 보폭을 함께 해야 할 미국과의 협력 등의 실타래를 풀어줄 첫 단추를 끼울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승리 이튿날인 8일 트위터를 통해 당선을 축하하면서 역시 "같이 갑시다"라는 수사로 화답한 데 이어 9일에는 바이든 측과 다방면으로 소통해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나아가 이르면 이날 바이든 당선인과 통화를 통해 상호 간의 동맹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등 공감과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맹 강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확보해 중단됐던 한반도 비핵화에 재시동을 걸어 '한반도의 봄'을 되찾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으로서의 한국에 대한 가치 평가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양국 간 교집합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최악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물론 한미 간 협력관계는 강화될 수 있어도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강경 노선에 기반한 전략적 인내를 구사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적자라는 측면도 있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난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엄존한다.
바이든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참배 행보가 향후 한미 간 풀어야 할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한국 정부의 외교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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