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 수도 방콕에서 14일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주재하는 행사와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동시에 개최돼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양측 간에 또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큰 충돌은 없었다.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방콕 지하철(MRT) 사남차이역에서 와치랄롱꼰 국왕과 수티다 왕비가 참석한 가운데 MRT 블루라인 연장선 개통식이 열렸다.
이에 따라 행사장과 국왕 부부의 동선을 따라 수천 명의 왕실 지지자들이 나와 경의를 표했다.
앞서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민주주의 기념탑에는 오후 2시부터 군주제 개혁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군부 제정 헌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몰렸다. 또 교육부 청사 앞에서 교육 개혁 실패를 이유로 쁘라윳 총리와 나타폰 띱수완 교육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한 고등학생 단체인 '나쁜 학생들'과 여성단체 '자유 여성' 회원 등이 합류해 시위대는 수천 명으로 불었다.
이들은 국왕 부부 차량 행렬이 주변을 지나자 등을 돌린 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이어 기념탑에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적은 거대한 천을 둘렀다.
시위대는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장 인근에 경력 5천여 명과 물대포를 배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에 이어 지난 8일 반정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를 사용했고 8일에는 왕실로 향하는 길목에 차벽을 설치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됐으며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왕이 신성시되는 데다 최장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왕실 모독죄가 존재하는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는 초유의 일이어서 파문을 불러왔다.
시위대는 400억 달러(약 45조8천억원)로 추산되는 왕실 자산에 대한 공공 감독 강화, 왕실 모독죄 폐지, 국왕의 쿠데타 지지 및 정치 개입 금지 등의 '개혁'이 이뤄져야 진정한 입헌군주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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