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회고록서 밝혀…사고 난 멕시코만 유정 "막겠다" 제안도
오바마 "트럼프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음모론도 개의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에 자신의 사업구상을 제안,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사업가적 기질을 여과 없이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출생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은 17일(현지시간) 공식 발간될 예정이다.
15일 회고록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접촉은 2010년 중반쯤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위기 때였다고 밝혔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멕시코만에 있던 원유 시추 시설로, 2010년 4월 폭발사고가 발생해 원유가 유출되고 작업자들이 사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에게 전화해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유정을 틀어막는 일을 자신이 맡겠다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유정 봉인작업이 거의 완료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설로드 선임고문에게 오바마 행정부가 당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텐트를 치고 만찬 행사를 개최한 것을 거론하면서 "백악관 마당에 '아름다운 연회장'을 짓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정중히 거절됐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관심을 끌기 좋아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막연히 알고 있었으며 그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첫 두 해 동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에 나와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을 칭찬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이 아는 뉴욕의 개발업자와 비즈니스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파산신청 이력이 있고, 계약을 위반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과대선전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 등에 나와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지적하며 "트럼프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확실히 사실이 아니라고 인지하고 있는 음모론에 대해서도 유포에 따른 결과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 부친의 고향인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대선 기간인 2016년 9월 역풍에 따른 압박 등으로 인해 "오바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며 마지못해 음모론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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