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측 법률대응 검토…이사회 의결로 인수 추진 가능한지가 관건
정관상 "문제없을 것" 시각도…산은 중립성 문제삼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는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향후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걸림돌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CGI는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이사회 의결만으로 금융기관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한진칼 정관에 비춰볼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과 같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유상증자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제3자 배정을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게 KCGI 측의 주장이다.
한진칼 정관은 발행주식 총수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하여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제휴를 위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 외촉법상 외국인 투자를 위해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등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주주 이외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밖에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로 만드는 목적으로 인수대상 회사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는 경우 의사회 결의만으로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제3자 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가처분 신청과 함께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제기 등 법률적 대응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CGI 측 법률 자문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다.
앞서 KCGI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될 것"이라며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자신들이 우선해 증자에 참여하겠다고도 밝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M&A 관련 업계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산은의 한진칼 지원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산은은 이날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천억원을 투입하고, 3천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충분한 법률검토 없이 지원방안을 관계장관 회의에 상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사모펀드가 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유상증자 후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중립성 이슈가 부상할 개연성은 있다.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만큼 특정 대주주에 편향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지만, KCGI 측은 과반 지분 확보를 코앞에 두고 경영권을 쥘 기회가 사실상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KCGI는 이와 관련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이런 입장에 비춰볼 때 유상증자 시행 후에도 KCGI가 산은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중립성 관련 문제제기를 할 개연성도 남아 있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1%로 과반에 근접한 상태지만, 유상증자 후에는 이보다 떨어지게 된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현재 41.4% 수준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천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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