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아시아나 살리기' 선택…한진해운 파산 반면교사?

입력 2020-11-16 13:55  

산은 '아시아나 살리기' 선택…한진해운 파산 반면교사?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의 이해와 맞아떨졌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정부와 산업은행이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빅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는 항공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양대 항공사를 합치는 방안이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판단이 녹아있다.
특히 4년 전 한진해운 파산과는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회생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해운 물류 대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와 산은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4년 전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산은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데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이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거액을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천억원을 이미 소진했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후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천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도 올해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지원받았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수순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입장에선 '골칫덩이'였다.
경영 정상화 이후 재매각에 나선다는 것이 산은의 계획이었으나 재매각은커녕 경영 정상화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언제 정상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지원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과 '한 지붕' 아래 두고 통합하는 방안이 대두됐고, 결국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산은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본 셈이다.
산은은 이번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산업에 대해서는 선제 대응이 절실했다"며 "새로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내 톱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현대차-기아차,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통합 모델을 항공업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꺼내 든 것이다.
이번 방안은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때와는 분명 다른 결정이다.
파산 직전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1척, 벌크선 44척 등 총 145척을 갖춘 국내 1위, 세계 7위의 선사였다.
당시 한진해운을 놓고 정부와 산은이 내린 결정은 회생이 아닌 파산이었다.
현재 국내 수출기업들이 선박 부족과 해상 운임 급등에 시달리자 4년 전 한진해운 파산의 부작용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동걸 회장 역시 4년 전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한진해운 파산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근시안적 태도로 너무 쉽게 결정했다'고 지적하자 이 회장은 "파산시켜야 하나, 두 개 회사를 합병했어야 하는 고민이 있어야 했는데, 그 당시는 파산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당시 취임한 회장은 아니라 함부로 얘기할 사안은 아니지만, 산은이 근시안적 결정을 했다기보다는 정부 결정이 그렇게 내려진 것이 아닌가 한다"며 "그 부분은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한 것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3자 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 대립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이해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으로서는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산은을 우군으로 삼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국책은행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를 중심으로 한 3자 연합은 이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삼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3자 연합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통합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주요 주주인 3자 연합과도 협력을 기대하며 필요하다면 주주로서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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