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독주 맞서 유럽 스스로 국방 등에서 자율성 확립해야"
"만평이 다른 나라에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국내법 바꾸지 않겠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오늘날 유용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싱크탱크 지정학연구그룹(GEG)이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르그랑콩티넝(Le Grand Continent)과의 인터뷰에서 "다자간 협력체제가 막혀 약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제2차 세계대전에 필적하는 위기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안보리는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지난 4월 한 차례 화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침묵하고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는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하는 구조로 움직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다자주의의 위기에 인질로 잡혔다"며 "여기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WHO에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해온 미국이 WHO가 중국을 편드느라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탈퇴를 통보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유용한 협력의 형태를 다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며 "구조를 현대화하고 모두를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독주하는 체제에 맞서 유럽 스스로 국방, 기술, 통화 정책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우리가 국방 주권을 가졌을 때에만 우리를 동맹국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가 교체됐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동맹국들이 평화롭고, 침착하게 서로를 이해할 기회"라 부르며 "미국과 중국이 스스로 그러하듯 우리도 자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제궁에서 90분에 걸쳐 진행한 광범위한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만평 이야기를 꺼내 들며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문화를 존중하고, 문명을 존중하지만 다른 곳에서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우리의 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실었다가 2015년 1월 총기 테러 표적이 됐고, 올해 10월 프랑스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시간에 그 만평을 보여줬다가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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