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대통령만 3명째…탄핵 후 혼돈의 페루

입력 2020-11-17 08:41  

일주일 사이 대통령만 3명째…탄핵 후 혼돈의 페루
중도파 의원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임시 대통령 맡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극한의 혼돈에 빠진 페루가 16일(현지시간) 임시 대통령을 또 뽑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중도 성향의 프란시스코 사가스티(76)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해 임시 대통령 역할을 맡겼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대통령 궐위 시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이로써 사가스티는 불과 일주일 사이에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의회의 정략적 탄핵으로 물러났고, 그 다음날 취임한 마누엘 메리노 전 임시 대통령은 페루 국민의 거센 탄핵 반대 시위에 밀려 닷새 만에 사임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사가스티 임시 대통령이 페루 정국을 제대로 수습할지에는 엇갈린 관측을 내놓았다.
공학자 출신의 사가스티 임시 대통령은 중도정당 창당에 참여해 지난 3월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선출됐으며, 비스카라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
AP통신은 "페루 의회가 중도파 의원을 새 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정치적 위기 해결을 위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사가스티 대통령이 비스카라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를 잠재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NYT는 "페루 국민은 입법부 전체를 부패 집단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의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8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이 브라질 건설사 관련 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후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잔여 임기를 승계했다.
비스카라는 취임 후 강력한 반부패 개혁에 나섰지만, 부패 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의회와 충돌했고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페루 국민은 대통령 탄핵 결정을 '의회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길거리로 나섰고, 지난 14일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하며 시민 2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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