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초안에 '금융위가 지급거래청산업 허가·감독 권한'
한은 "지급결제제도는 중앙은행 고유 업무…중복규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새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한은은 "중앙은행의 고유권한 침해일 뿐 아니라 중복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국회와 금융위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의원입법 형식 발의를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확정된 개정안이라기보다 초안 성격을 (윤관석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윤 의원과 금융위 간 조율 작업이 거의 끝나 이르면 이번 주 내 큰 수정없이 발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올해 3분기 중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위 개정안의 핵심은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IT대기업)에 대한 '금융업 규제 완화'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카드사 등 금융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이런 개정 방향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금융사뿐 아니라 한은도 금융위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한은이 문제삼는 부분은 '전자지급거래청산업' 관련 내용이다. 금융위 개정안에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이에 대한 허가, 자료제출 요구 및 검사 권한을 갖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항들은 명백하게 한은법에 명시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권한을 침해하고,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법 28조는 한은 금통위가 지급결제제도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자지급거래청산업도 지급결제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금융위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두 기관의 권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급결제제도 운영은 발권력에 기반을 둔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앙은행이 자주적·중립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급결제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따른 채권·채무 관계를 지급수단을 이용해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수 국가에서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간 거래에 필요한 최종결제자산을 제공하며 지급결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나라는 미국, EU, 영국, 스위스 등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은과 여러 차례 협의를 했지만 한은 측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조차 묵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계속 한은과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기본 입장만 밝혔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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