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등에 큰 부담…"돈 없는 사람은 죽으라는 거냐" 비판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한 밀라노의 한 대형 사립병원이 자택에서 진료를 받는 바이러스 환자에게 다소 과한 비용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밀라노 산 라파엘레 병원은 자택에 격리된 경증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영상 또는 전화를 이용한 첫 검진 상담에 90유로(약 11만8천 원)를 청구한다.
또 자택 방문을 통한 정밀 검진이 필요할 경우에는 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X-ray) 등의 명목으로 450유로(약 59만 원)의 진료비를 물리고 있다.
밀라노 지역이 북부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이지만 저소득층은 물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빈곤의 나락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가정에는 상당히 부담되는 비용이다.
특히 최근 바이러스 확진자가 무섭게 불어나면서 공공 의료기관의 환자 대응 여력이 사실상 고갈돼 민간 의료기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비용 문제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현지에서는 해당 병원이 '코로나19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밀라노대의 비토리오 아뇰레토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돈 없는 사람은 죽으라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철학"이라고 비난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속의 한 지역 정치인은 "공공의료기관은 사투를 벌이고 민간 병원은 살을 찌우고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병원 의사도 "코로나19로 돈벌이를 하지는 말자, 제발"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일반적인 통원 진료비보다는 저렴하다"면서 43명의 전문의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과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산 라파엘레 병원은 밀라노 지역 최대 민간 종합병원 가운데 하나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애용하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도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16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7천354명이다.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가 4천12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수는 120만5천881명이며, 사망자는 하루 새 504명 늘어난 4만5천733명으로 집계됐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