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행정소송 불사"에도 정부 "주파수 가치책정은 정부 책임"
물밑조율 통해 입장차 좁힐 가능성…이달 내 확정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정부가 내년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통신업계가 주장하는 금액의 2배가 넘는 3조~4조원대를 책정하면서 양측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대가 산정이 불투명하고 5G 투자 옵션도 무리하다며 행정소송을 불사할 태세지만 정부 태도도 완강해 당분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규제산업인 통신업 속성상 업계가 정부에 '반기'를 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결국은 어느 정도 선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이런 식이면 뭐가 남나" vs "최대한 균형 맞추려 노력"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에 재할당 예정인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는 최대 4조4천억원으로, 5G 무선국을 15만개 이상 설치하면 3조2천억원까지 낮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업계가 주장하는 적정 대가인 1조5천억~1조6천500억원의 최소 2배에서 3배 가까운 수준이어서 업계가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김윤호 LG유플러스[032640]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2022년말까지 5G 무선국 15만국 이상을 구축하라는 것은 5G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5년차 4만5천국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통 3사가 최근 2년간 구축한 5G 무선국 수는 각사당 4만~5만개 수준으로, 향후 2년간 지금까지와 같은 수준으로 구축한다 해도 10만개 달성이 쉽지 않다.
게다가 업계는 개당 비용이 2천만원 안팎인 무선국을 현재보다 10만개 늘리려면 약 2조원이 드는 만큼 주파수 대가에 망 투자비까지 내고 나면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주파수 가치를 책정하고 더 효과적으로 쓰게 하는 것은 정부와 사업자가 협의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정부에게 좀 더 책임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영길 주파수정책과장도 "생각의 차이는 당연하지만, 정부는 최대한 균형을 이루고자 지난 1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재할당 대가가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재할당이라고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5G 투자 옵션이 부당하다는 지적에는 "신중한 법률 검토 결과로, 의무 부과가 아니라 (주파수) 가치 하락을 분석하기 위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 규제 현안 즐비…실제 정면충돌 가능성은 불투명
하지만 이 같은 입장차가 실제 소송전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과기정통부가 이달 말까지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한 것도 조정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규제산업인 통신업의 속성을 볼 때 기업이 끝까지 '단일대오'로 정부에 맞설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많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 개정과 보편요금제 도입 등 즐비한 규제 현안도 업계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각사의 투자 및 영업 전략, 그리고 경쟁상황의 변화 가능성 등을 볼 때 3사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는 업계 입장을 볼 때도 이번 주파수 재할당 이슈를 오래 끄는 것이 본격적인 5G 시장 확대와 신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표면적 갈등 구도 속에서도 금액차를 좁히기 위한 물밑 조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5G 투자 옵션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각사마다 유리한 주파수 대역의 할당 대가를 줄이기 위한 '수싸움'도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종 방안 확정 시점으로 제시한 이달 말까지 결론이 도출되기에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가 요구하는 전파법 개정 역시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중장기 과제가 될 가능성이 함께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설명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합리적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주파수 할당 대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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