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바이든 더해 민주 서열 1∼3위 80세 이상…세대교체론 거셀듯
'쪼그라든 과반여당', 巨野와 힘겨운 싸움…차기에 50대 흑인 인사 물망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낸시 펠로시(80·캘리포니아)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이 18일(현지시간) 재선출, 하원의 일인자로 앞으로 2년간 다시 의사봉을 잡게 됐다.
지난 2년간 하원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巨野)의 수장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끌었다면 이제 바이든 시대 집권여당의 지도자로서 하원을 이끌며 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화상 방식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두투표를 통해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후 2년간 하원을 이끌 의장으로 다시 뽑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다음으로 하원 민주당 서열 2, 3위인 스테니 호이어(81·메릴랜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제임스 클라이번(80·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 원내총무도 나란히 재신임을 받았다.
흑인 인사인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지난 2월말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을 전폭 지원, 그의 기사회생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선출은 내년 1월3일 하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이번 임기가 하원의장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고 미언론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앞으로 2년이 의장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조 바이든과 몹시 일하고 싶으며 전환기에서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길을 준비하고 싶다. 따라서 내가 가진 지렛대를 약화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나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2년 전 하원의장에 재도전했을 당시 세대 교체론으로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4년만 하겠다는 '임기 제한' 카드로 내부 반란을 잠재우고 본회의 찬성 정족수를 확보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재선출은 대안부재론과 집권 초기 강력한 여당론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위치를 가까스로 지키긴 했지만, 예상과 달리 '블루 웨이브'(민주당 물결) 창출에 실패하면서 하원에서 '거야' 공화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AP통신, 폭스뉴스 등은 민주당이 이번에 222대 213석 정도로 우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0년 만에 가장 근소한 차이라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를 놓고 당내 진보 진영과 중도 진영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당을 진두지휘해온 펠로시 의장 역시 그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이다.
여기에 지난 하원의장 선출 당시 당내에서 그를 반대했던 15명의 의원 중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하고 10명이 생환하면서 펠로시 의장으로선 반란표 차단에 부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15명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초선 그룹이 일사불란하게 그를 지지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재신임받은 지도부는 역대 최고령이라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는 세대교체론도 더욱 거세게 불 전망이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 78세의 바이든 대통령에 더해 의회의 '간판'들도 80세 안팎으로 채워지게 되면서다.
펠로시 의장은 높은 인지도와 전투력 면에서 정평이 난 백전노장이지만, '노욕 논란'을 비롯해 장기재임으로 인한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면서 새 얼굴에 대한 갈증이 내부에서도 적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과 호이어 원내대표는 2003년부터,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2007년부터 각각 당내 서열 1∼3위 자리를 지켜왔다고 폭스뉴스는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이 약속을 지킬 경우 2년 뒤 그의 뒤를 이을 후보로는 트럼프 저격수를 자임한 50세의 흑인 인사인 하킴 제프리스(뉴욕)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AP통신이 밝혔다. 그가 만일 의장으로 선출된다면 미 의회 역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이 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선출을 축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재건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바이든 당선인측이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역시 여소야대 국면이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1월∼2011년 1월 4년간 야당 소속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내는 등 그동안 총 6년간 하원의장을 맡았다.
정치인 집안인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1987년 47세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추진을 주도했고, 올해 2월초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 연설문을 찢어버린 일화도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미친 낸시'라고 부르며 맹공해왔다.
하원의장은 미국내 권력서열 3위인 자리이다. 대통령직 승계법에 따라 대통령 유고시 부대통령 다음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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