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 소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정치조직 보스의 전형'(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침착하고 정직한 지도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감정적이고 말투도 과장된 인물'(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에서 44대 미 대통령 재직시절 각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정상과 만나 그들로부터 받은 인상 등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시카고에서 종종 마주쳤던, 소위 '정치 머신'(political machine·거대 정치파벌 또는 조직)의 보스를 연상시켰다고 적었다.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초창기 이력을 쌓았던 곳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푸틴은 일종의, 시카고 머신이나 태머니홀을 이끌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며 "터프하고, 세상 물정에 밝고, 감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 자기가 뭘 아는지 알고, 자신의 얄팍한 경험의 틀을 절대 벗어나지 않으며, 후원이나 뇌물, 강탈, 사기, 때로는 폭력도 적법한 거래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침착하고, 정직하며, 지적으로 엄격한, 그리고 본능적으로 친절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처음엔 자신의 거만한 수사법과 웅변술 탓에 자신에게 회의적으로 대했다면서도 "독일 지도자로서 선동 정치가에 대한 혐오는 어쩌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반대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감정이 폭발하는 듯하고 수사도 매우 과장된' 인물로 회상하면서 "툴루즈 로트렉의 그림에서 나온 인물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사르코지와의 대화는 즐거웠다가 짜증이 났다가를 반복했다"며 "그는 손을 계속 움직이고, 수탁처럼 가슴을 내밀고, 통역사는 늘 그 옆에서 미친 듯이 그의 모든 몸짓과 억양을 따라 했다. 아첨했다가 호통을 쳤다가,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주된 관심사를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또 명문 이튼스쿨 출신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인생의 무게를 세게 감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편안한 자신감 말이다"라고 그는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세번째 회고록이자, 퇴임 후 첫 회고록인 '약속의 땅'은 지난 17일 출간된 지 하루 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약 89만부가 팔려나가는 등 기록적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다.
BBC는 이 책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통령 회고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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