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합작 화천차 파산 후폭풍…중국 증감위 뒤늦게 "무관용 책임 추궁"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최고 우량 등급인 트리플A(AAA) 등급 회사채 가치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다.
최우량 신용평가를 받은 대형 국유기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중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BMW의 중국 사업 합작 파트너인 화천그룹(華晨集團·Brilliance China Automotive)이 파산 절차를 밟으며 중국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선양시 중급인민법원은 20일 채권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던 화천그룹의 파산 신청을 인용해 구조조정 절차를 밟도록 했다.
시장은 화천그룹이 파산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별다른 사전 경고 없이 갑작스럽게 지방정부가 소유한 대형 국유기업이 디폴트를 내고 파산 지경에 이른 점에 더욱 큰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 신용평가사가 매긴 화천그룹의 회사채 등급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고인 트리플A(AAA)였다.
역시 'AAA' 등급을 받던 중국의 반도체 유망주 칭화유니그룹도 지난 17일 만기가 돌아온 13억 위안(약 2천19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다.
허난성의 국영 광산 회사인 융청(永城)석탄전력도 마찬가지로 AAA 등급 상태에서 지난 10일 1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막지 못했다.
지방정부가 소유한 대형 우량 국유기업들의 잇따른 디폴트 사태로 중국 자본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신용등급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에서 잇따라 디폴트가 나타남에 따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며 "이에 따라 지방 정부의 보증과 중국 신용평가 기관들의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대를 맞아 중국은 자국 유망 산업을 육성하고자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사태는 중국 정부에도 큰 걱정을 안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경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대형 기업들이 잇따른 디폴트 사태는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상'이 경제 전반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통화 완화 정책의 강도를 낮추는 '출구 전략'을 본격화하면 경기 부양 정책의 영향으로 지연됐던 한계 기업들의 디폴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 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110건에 걸쳐 총 1천263억 위안(약 21조3천억원)으로 연말까지 작년(184건, 1천494억 위안)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중국 당국은 화천그룹 파산 사태가 나자 뒤늦게 관련자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21일 밤 성명을 내고 화천그룹의 공시 위반 의혹 조사에 나서겠다면서 화천그룹은 물론 회사채 등 평가에 관여한 기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감위는 "투자자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고도로 중요하게 여긴다"며 "국무원의 무관용 원칙에 근거해 법에 따라 각종 위법 행동을 타격해 채권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