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개헌,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4개월간 계속되는 가운데 쁘라윳 총리가 왕실 모독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본격적으로 옥죄기에 나섰다.
21일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전날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왕실 모독죄 적용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도 모든 법 가운데 하나"라고 답했다.
쁘라윳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9일 "법을 위반하는 시위대에 대해 모든 법률과 조항이 적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은 그러나 최근 2년간 이 법 조항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
또 쁘라윳 총리는 지난 6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이 조항을 적용하지 말라고 언급했다고 전한 바 있다.
쁘라윳 총리가 왕실 모독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반정부 시위 전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7일 개헌안을 논의하는 의사당 앞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18일에는 방콕 시내 최중심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네거리에 1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집결한 뒤 경찰청을 향해 행진, 물대포와 최루탄 사용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오는 25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고등학생들의 모임인 '나쁜 학생들'은 21일 랏차쁘라송 네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쁘라윳 총리와 나타폰 띱수완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 자율성 향상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고교생 2명을 포함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30명가량에 소환장을 잇달아 발부한 경찰은 이들에게 왕실 모독죄가 적용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 17일 시위 현장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와 왕실 지지자 6명이 총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 시위대를 향해 무기와 같은 것을 겨냥하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분홍색 비옷 차림의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현장에서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의 권총과 수거된 탄환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됐으며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4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국왕이 신성시되는 데다 최장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왕실 모독죄가 존재하는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는 초유의 일이어서 파문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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