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부 "우선 지사가 판단"…도쿄지사 "국가가 판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최근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례 없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현지 당국은 굼뜨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여행 장려 정책을 신속히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결정을 서로 미루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중시하는 경기 부양책을 수정하지 않고 강행하다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자 마지못해 보완하기로 했지만, 실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신속하게 결정하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는 21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감염 확산이 심각한 지역을 목적지로 하는 경우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의 적용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신규 예약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요구한 것보다 훨씬 미흡한 수준의 대응이었다.
문제는 어느 지역을 언제부터 제외할지 결정하지 않아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 재생 담당상은 전날 NHK에 출연해 "며칠 사이에 방향성을 결정하고 싶다"며 사흘 연휴가 끝난 뒤인 24일 이후 세부 사항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어느 지역을 제외 대상으로 할지를 "우선 지사가 판단해주면 좋겠다"고 광역자치단체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사들은 관할 지역을 제외하는 결정을 선뜻 내리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다.
고투 트래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해당 지자체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객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 분명하고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전국지사회 회장인 이즈미 가몬(飯泉嘉門) 도쿠시마(德島)현 지사는 고투 트래블 등 경기 부양책에 대해 "사업자의 기대가 매우 높다. 지사로서 이를 억제하는 것은 어려운 판단"이라고 반응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투 트래블 등이) 나라의 시책이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새롭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제외 지역까지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할 때는 일본 정부보다 앞서 나가며 강력한 방역 대책을 호소했는데 이번에는 한발 물러선 양상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본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정치인들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결정을 자신의 손으로 내리는 것을 꺼리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달간 침체했던 실물 경기가 경기 부양책의 효과로 막 회복하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정책의 실행만 늦어지고 코로나19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2일 2천168명을 기록해 닷새 연속 2천명을 웃돌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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