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지방선거 패배 인정 촉구…코로나19 인식 전환도 권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보름 넘게 침묵을 이어가면서 군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조 바이든 당선인 측에 축하 인사도 전하지 않고 있다.
이는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태로 받아들여지면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선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굳어진 뒤에는 입을 닫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달리 군 장성 출신인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은 바이든 승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모우랑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해야 하며, 이 문제로 양국 간에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군 출신 인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브라질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방선거 결과를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해 국민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발언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보건 위기 상황에서 보인 독단적인 행동이 재선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정당들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진영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도 정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인 사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군부와 친여 정치세력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핵심 지지층을 이루는 극우 세력이 모우랑 부통령마저 '배신자'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택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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