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없이 발행 중지한 뒤 아예 취소…"중국 핀테크 규제 여파" 관측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건설은행(CCB)이 30억달러(약 3조3천340억원) 규모의 디지털채권 발행을 전격 취소했다.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노리던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동시 상장이 이틀 전 좌절된 데 이은 사태로, 중국 정부의 핀테크 단속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세계 2대 은행인 CCB가 전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채권 발행 계획을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CCB의 디지털채권 발행 대행사인 말레이시아 푸상 가상증권거래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건설은행이 "디지털채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투자금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CCB는 애초 디지털채권을 지난 13일 정오에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를 전격 중지시켰다. 당시에도 중지 사유는 밝히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열흘 후 결국 디지털채권 발행 계획을 아예 취소한 것이다.
SCMP는 CCB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핀테크 단속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플랫폼 경제 영역의 반독점 지침' 초안을 발표하고 중국의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를 예고했다.
이어 당국자들이 핀테크가 은행과 같은 포괄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는 등 중국은 그간 사실상 '방목'해온 핀테크 기업의 고삐 죄기에 나섰다.
SCMP는 CCB의 디지털채권 발행 취소는 앤트그룹이 겪은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과 그들의 금융 혁신을 단속하는 와중에 CCB가 겁을 먹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법정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나 비트코인으로 거래 가능한 CCB의 디지털채권은 '위안화 주권'을 지키려는 당국의 노력을 해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정식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수년 선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선 중국은 올해 초부터 선전(深천<土+川>), 슝안(雄安), 쑤저우(蘇州), 청두(成都),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적으로 내부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기술 허브'인 광둥성 선전(深천<土+川>)시에서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개 테스트까지 진행하면서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정식 도입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중국은 2017년부터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 전반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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