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유권 인정' 촉구 Vs 中 "日어선이 민감수역 계속 진입"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중국과 일본이 24일 저녁 도쿄에서 개최한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경제 분야에선 대화와 협력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지만 영토 문제를 놓고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번 회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올 2월 이후 9개월 만의 양국 간 외교장관 대면 회담이었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 출범 이후로 중국 측 요청으로 처음 성사된 이번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미국을 자국 외교·안보의 축으로 두면서 주변국이자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는 안정적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외교정책 기조를 표방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자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관계가 지역 및 국제 사회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기술 패권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 정권 출범을 앞두고 새롭게 닻을 올린 스가 정권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득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성사된 이번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일 양국은 코로나19로 사실상 막혀 있는 비즈니스 목적의 왕래를 이달 중 재개하고, 내년에 각료급 경제대화를 열기로 합의하는 등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 강화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회담 모두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20년 친구"라는 말로 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왕 외교부장은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를 추진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 · 안정을 위해 합당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구동성으로 관계 강화를 외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문제를 놓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 중에 중국 측에 센카쿠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행동"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센카쿠 주변 접속 해역에서 중국 관공선의 항해 일수가 24일 현재 통산 305일에 달해 역대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0월에는 2012년 센카쿠 국유화 이후 최장인 57시간 이상 중국 관공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한 사안도 발생했다.
일본은 이를 센카쿠 열도에 대한 자국의 실효 지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모테기 외무상은 왕 부장에게 이 같은 일본 입장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왕 부장은 회담 후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센카쿠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 입장을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왕 부장은 "사실을 설명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일본 어선이 끊임없이 댜오위다오(센카쿠) 주변의 민감한 수역(해역)에 들어오고 있다"고 맞섰다.
왕 부장은 다만 센카쿠 주변 해역에서의 긴장 고조의 책임이 일본 어선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민감한 수역에서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서로) 피해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위기관리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우익 성향인 일본 산케이신문은 왕 부장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손에 쥔 메모지도 보지 않은 채 센카쿠에 관한 주장을 거침없이 폈다며 회담 상대(모테기 외무상)가 함께 서 있는 곳에서 이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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