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에서 가족 만류를 무시하고 운전을 계속하다가 사상사고를 내고도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80대 노인 운전자가 2심에서 금고형을 받았다.
2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는 2018년 1월 군마(群馬)현 마에바시(前橋)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 중이던 여고생 2명을 잇따라 치여 한 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한 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가와바타 기요카쓰(88) 씨에게 무죄로 선고했던 원심판결과 다르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재판은 노인 운전자에 의한 과실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일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검찰이 항소한 뒤 피고인 변호인이 이례적으로 "사고를 회피할 책임이 있었다"며 유죄 판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올해 3월 가와바타 씨가 복용하던 약의 부작용으로 일시적 의식 장애를 겪어 사고를 냈고, 의사로부터 약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불가항력적인 점을 인정해 검찰의 금고 4년6월 구형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가와바타 씨는 사고 후 경찰 조사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혈압에 의한 현기증을 자각해 운전 중에 의식 장애에 빠질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운전을 그만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자의적 판단으로 운전을 계속해 중대사고를 일으킨데 따른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복지지설에서 생활하는 가와바타 씨는 이날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사고 이틀 후에 오사카(大阪)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91세 노인이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한 살짜리 유아를 친 뒤 사고 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 일본에서 노인 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노인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빈발하자 일본 정부는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대책을 강구할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체를 가동하기도 했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8%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75세 이상의 면허 갱신자가 연간 200만명을 넘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위험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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