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국민의 반이스라엘 정서 반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의 한 가수가 이스라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의 유명한 남자 가수 무함마드 라마단(32)은 이집트 국민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한 변호사에 의해 피소됐다.
그가 찍힌 사진이 많은 아랍인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언론인 하마드 알마즈루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라마단이 UAE 두바이의 한 파티에서 이스라엘 가수 아마르 아담을 껴안은 사진을 올리며 "예술은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고 썼다.
알마즈루이는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나중에 사진을 지웠지만 그 전에 이스라엘 외무부가 지난 21일 아랍어로 된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이 사진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는 "라마단은 시오니스트(유대인 민족주의자)", "라마단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 등의 글이 빠르게 퍼졌다.
라마단은 사진을 찍었을 때 아담의 국적을 알지 못했다며 자신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에게 국적을 물어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논란이 가시지 않자 이집트예술인협회는 23일 라마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그의 회원 자격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라마단을 둘러싼 논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인들의 뿌리깊은 반감을 보여준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고 양국 정부는 안보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집트인은 과거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수차례 벌인 전쟁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적대감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이스라엘이 최근 여러 아랍국가와 외교 관계 정상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거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8월부터 미국 정부의 중재로 UAE, 바레인, 수단 등 아랍국가 3개국과 잇따라 수교에 합의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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