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수도 뉴델리 도심으로 행진 시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농업개혁법'에 반대하는 인도 농민들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로 행진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NDTV 등 인도 언론은 농민 수천 명이 이날 뉴델리 인접 지역인 하리아나주-펀자브주 경계에서 경찰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트랙터 등을 앞세운 농민들은 펀자브주에서 하리아나주-뉴델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농민들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철거해 인근 강에 버리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두 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농민의 행진을 허용했다.
시위를 주도한 농민 단체 관계자는 "5만명 이상이 뉴델리 외곽에 모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최근 통과된 농업개혁법 때문이다.
이 법은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대부분 개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 업체 등과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언뜻 보면 이 법은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 시장 현대화 조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 주도권을 가진 대형 민간 회사가 가격 담합 등을 통해 헐값에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농민들은 "관련 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지난 9월부터 펀자브,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 카르나타카 등 여러 주에서 도로와 열차를 막고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야당 측도 이번 법이 농민의 삶을 파괴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에서는 시골 지역 가구의 70%가 농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82%는 소규모 또는 빈곤층으로 해마다 수천 명의 농민이 빚에 허덕이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위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위 참여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밀집한 채로 이동한 탓에 '사회적 거리 두기'도 무시됐다.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26만명이며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는 3만∼4만명씩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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