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파키스탄 좁은 동물원 생활…짝 잃고는 이상 행동까지
셰어 캠페인에 20만명 호응…29일 캄보디아 야생보호구역 이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수컷 코끼리 '카아반'(Kaavan)이 마침내 30여 년의 좁은 동물원 생활에서 벗어나 야생보호구역으로 이주한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이와 관련해 카아반의 이주를 지원한 미국 팝스타 셰어를 직접 만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
28일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칸 총리와 셰어는 전날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환담했다.
파키스탄 총리실은 "칸 총리가 카아반의 이주를 위한 셰어의 캠페인과 역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셰어는 29일 캄보디아 야생보호구역으로 옮겨가는 카아반을 직접 보기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카아반은 1985년 1살 때 스리랑카에서 파키스탄으로 왔다. 스리랑카가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카아반을 선물로 보내면서다.
이슬라마바드 마자가 동물원에 자리잡은 카아반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사슬에 묶여 생활했다. 5년 후인 1990년 스리랑카에서 이송돼 함께 살던 암컷 코끼리가 2012년 죽은 뒤엔 혼자 남았다.
그늘도 별로 없는 데다 좁고 낡은 동물원에서 생활하던 카아반은 계속 고개를 까딱거리는 정형 행동까지 보였다. 정형 행동은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이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카아반을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라고 명명하고, 수년 전부터 야생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셰어가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가담했고, 20만명이 이에 호응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결국 이슬라마바드 야생동물관리위원회도 카아반 이주에 적당한 야생 보호구역을 찾아 나섰다. 이후 캄보디아의 2만5천 에이커(101㎢) 규모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법원에 계획을 제출했고, 재판부가 지난 7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후속 이주 작업이 본격화됐으며 셰어는 카아반의 이주 비용 일부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아반이 이주할 캄보디아 야생보호구역에서는 8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