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서 분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소송 승계
내달 10일 ITC 최종 결정 예정…코로나·선거로 재연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LG화학[051910]의 배터리(전지) 사업부문이 다음 달 1일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096770]과 벌이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합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신설 법인(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에 극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이 분사해 내달 1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새로 출범함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과 특허 소송 등 배터리 관련 소송 일체를 LG에너지솔루션이 승계한다.
다음달부터는 'LG화학'이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 양사 소송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최종 결정은 지난 10월부터 두 번 미뤄져 다음 달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양 사는 그간 영업비밀 침해와 이에 파생된 복수의 쌍방 특허 소송전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
거기에 최근 LG화학의 분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아직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을 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의 분사 이슈가 마무리됨에 따라 협상 재개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커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ITC로부터 조기 패소 결정을 받아든 SK이노베이션은 상황이 급하다.
다음 달 ITC의 최종 결정에서 원안대로 패소가 확정되면 SK는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SK는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 조달하기로 예정돼 있다.
LG화학은 SK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ITC가 중립적 성격의 기관이라 해도 미국이 대선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ITC가 이번 미 대선의 최고 관심지로 떠오른 주지아주의 분위기를 고려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공익(Public) 여부를 추가로 따져보겠다는 중재안을 낸다거나,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Remand)' 지시를 내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미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다음 달부터 양 사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양 사의 합의가 임박했다"며 근거 없는 소문과 합의안이 퍼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배상금을 둘러싼 양 사의 시각차가 커 일단 ITC의 발표 전까지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간도 촉박해서 합의를 하더라도 ITC 최종 결정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ITC 최종 결정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최근 다른 ITC 소송 결과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이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정도 다음 달 16일로 세 번째 연기됐다.
ITC 결정이 연기되면 그만큼 양사는 합의까지 시간을 더 벌 수도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이 크겠지만, ITC가 대선 이후 정권 교체기에 민감한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며 "배터리 소송도 내 미국 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변수가 있는 만큼 내년 초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최종 결정이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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