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시행 또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입력 2020-11-29 15:24  

[연합시론]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시행 또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서울=연합뉴스)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관련 업계가 여전히 '유예'를 강력히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에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 올해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키로 했으나 정부는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1년의 계도 기간을 부여해 사실상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용인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지역별·업종별 중소기업 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영자단체들은 아직도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에는 여러 여건이 어렵다면서 계도 기간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 관행을 끊고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8년 3월 새 근로기준법을 시행하면서 주 52시간제를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중소기업에는 1년 9개월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해 새 제도의 시행에 대비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만큼 유예 기간을 또다시 연장하기보다는 제도의 시행과 병행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속사정은 딱한 것이 사실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중소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39%가 아직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 52시간 초과 근로 업체 218곳 중에서는 이 같은 답변의 비중이 무려 83.9%에 이른다. 초과 근무가 빈번했던 기업의 경우 이를 해소하고 주 52시간제에 따르려면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인건비 증가도 문제지만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사람 구하기는 더 힘든 일이다. 근로자들 역시 주 52시간제의 시행이 반갑지만은 않다. 초과근무가 줄어드는 만큼 임금이 감소하면 특히 숙련 기술이 있는 노동자는 자기 업체를 차리거나 이직할 유인이 생기게 되고 이는 다시 중소기업 인력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중소기업의 일감이 줄어들어 주 52시간제에 관한 시름이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기업의 경영자들조차도 경기가 회복돼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업계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조짐은 아직 없다. 이미 1년간 유예된 제도의 시행을 또다시 미룬다면 정부의 집행 의지 자체가 의심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기류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주 52시간제의 틀 안에서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은 여러 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과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의 연장, 특별연장근로 범위의 확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방안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결과로 나온 노사정 합의에도 반영됐다. 그러나 이 합의를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주 52시간제의 연기가 '전태일 정신'이라느니 아니라느니 입씨름할 시간에 우리 사회의 약자인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권익을 조화롭게 증진할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 토의하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 중소기업계도 어려움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장시간 근로의 근절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직시해 이에 걸맞은 자구 노력을 펼치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써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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