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
한진 "위기 극복 최선 다할 것"…산은 "항공업 구조 개편 탄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최평천 기자 =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위한 한진칼[180640]의 유상증자에 반발해 사모펀드 KCGI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은은 두 항공사의 통합을 위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천억원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기로 했다.
이른바 '3자 연합'(주주 연합)을 구성해 한진칼의 대주주로서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갈등해온 KCGI는 지난달 18일 한진칼의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 측은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진칼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또 "산은은 산업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감독함으로써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런 취지로 한진칼에 지분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항공사 통합경영이란 이번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신주 발행 후에도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며 "산은의 (지분 참여)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법원 결정 이후 입장문을 내고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3자연합도 책임 있는 주주로서 항공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뜻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산은 역시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법원 결정을 반겼다. KCGI를 향해서는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반면, KCGI는 "시장 경제 원리와 자본시장의 원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처분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 및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조 갈등, 자금 확보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대한항공은 계획된 시간표에 따라 일정을 진행해 내년 6월 30일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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