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시민 사랑 한몸에…독일 사회 변화 기대"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방안 반드시 찾아낼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평화의 소녀상이 베를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을 보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시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 한정화 대표는 2일(현지시간)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길이 열린 것과 관련,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전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하고, 앞으로 구의회 참여하에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명령을 철회하고 당초 내년 8월 14일이었던 설치기한을 내년 9월 말까지로 6주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8년부터 코리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한 대표는 "베를린 소녀상은 독일내 공공장소에 시민들과 함께 소녀상을 세운 첫 사례"라며 "철거명령에 시민들이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2018년부터 베를린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해왔다. 협의회가 둥지를 튼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전시회를 열고, 박물관도 만들면서다.
소녀상 설치를 1년여 넘게 준비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협의했다. 인근 꽃집 주인은 소녀상 옆 꽃집이라니 더할 나위 없는 입지라며, 소녀상 미니어처를 판매하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소녀상 설치를 위한 인근 여성단체의 강력한 지지도 얻어냈다. 인근 고등학교와 협의회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 교사들이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되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9월 말 미테구청의 허가를 받아 코리아협의회 인근 주택가 사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주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했다.
주민들은 소녀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꽃과 화분, 인형을 갖다 놓는가 하면, 날씨가 추워지자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줬다.
일본 정부의 반발 속에 미테구청이 일주일 만에 철거명령을 내리자 화가 난 것은 지역 주민 등 독일 시민들이었다. 철거명령이 철회되기까지 독일 시민들은 금요일마다 열린 집회에 참석했고, 미테구의회 전체회의가 열린 전날은 앞장서 집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의 역사가 되고 시민들의 것이 되는 것"이라며 "소녀상이 독일 사회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가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소녀상을 애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져 놀라곤 한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쟁을 안 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배려하고, 여성의 인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전범국가여서 전쟁 중 성폭력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금기시돼있는 측면이 있는데, 소녀상 영구설치 논의 등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파헤치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소녀상 영구설치 논의를 위한 길이 열린 만큼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 소녀상이 베를린에 영원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반드시 찾아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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