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호주 군인' 합성이미지에 중-호주 공방
서방 의원들, 호주 와인 마시기 캠페인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호주 군인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살해를 비판하는 합성 이미지를 놓고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 소셜미디어(SNS) 위챗이 중국을 비판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관련 게시물을 차단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호주 병사가 웃으며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피묻은 칼을 들이댄 이미지를 올린 후 모리슨 총리는 중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3일 로이터통신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지난 1일 위챗에서 자오 대변인이 올린 게시물이 "위조된 이미지"라고 비판하고 호주의 전쟁범죄 처리에 대해 옹호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하루 만에 접근이 차단됐다.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고 대중을 혼란시킨 것을 포함한 규정 위반으로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위챗 운영센터의 메시지만 떴다.
위챗이나 웨이보(微博)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위챗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호주 정부는 트위터에 중국 외교부의 자오 대변인이 올린 논란의 트윗을 삭제해달라고 했으나 트위터는 이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자오 대변인이 올린 이미지는 실제 사진처럼 보여 호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 이미지가 진짜가 아니라 중국인이 컴퓨터로 만든 그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호주 국방부의 발표를 근거로 사실을 반영한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프간에 파병된 호주 부대가 39명의 포로와 민간인을 살해한 사실이 호주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미국과 뉴질랜드, 프랑스, 대만 등은 중국 외교부가 조작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호주 편에 섰다.
미 국무부는 전날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공산당의 허위정보 이용과 강압적 외교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도 트위터에서 호주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對)중국 의회간 연합체'(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Ipac)는 중국 시장 판로가 막힌 호주 와인을 이달에 1∼2병 마시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IPAC는 미국, 영국 등 서방 19개국 의원들이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6월 결성한 단체다.
이번 캠페인은 중국이 지난주 호주산 와인에 사실상 최대 20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뒤 시작됐다. 중국은 호주 와인의 최대 해외시장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에 대해 "정치적 쇼일뿐"이라고 일축했다.
호주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은 자오 대변인의 트윗 이후 연일 호주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모리슨 총리의 대응에 대해 "거만하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자오 대변인이 올린 합성 이미지를 '만화'(漫畵)라고 칭하면서 "만화에는 예술적 과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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