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스바자르 100만명 중 10만명 이주 계획…"홍수 등에 취약" 지적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방글라데시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캠프 거주자 일부를 섬에 새롭게 마련된 주거 시설로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새 주거 시설의 환경이 난민캠프보다 쾌적하다고 설명하지만, 난민과 인권단체들은 이 시설이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4일 다카트리뷴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지역 난민캠프에 거주하던 로힝야족 일부가 전날 바샨차르 섬의 새 거주 시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새 거주시설에 약 10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옮겨 살게 할 계획이며 첫 단계로 2천500명을 이동시키고 있다.
전날 40여대의 버스가 1천200여명의 난민을 태우고 항만도시 치타공으로 이동했다.
바샨차르 섬은 방글라데시 남쪽 메그나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다. 바샨차르섬과 치타공은 직선거리로 약 40㎞ 떨어져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18년부터 이곳에 거주시설과 홍수방지벽 등을 설치해왔다.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의 과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를 분산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와 인근 지역에는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난민 상당수와 인권단체들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난민 재배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새 주거시설이 사이클론과 홍수 등에 취약하며 이동 과정에서 난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난민 수피아 카툰은 AFP통신에 "그들(당국)은 내 아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치아까지 망가뜨렸고 결국 아들은 섬 이주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인 레퓨지스 인터내셔널(Refugees International)도 이번 이주에 대해 "국제인권 의무를 위반하고 로힝야족을 위험하게 대규모로 억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K 압둘 모멘 방글라데시 외교부 장관은 섬의 시설이 난민 캠프보다 훨씬 낫다며 "정부는 자발적으로 이주하겠다고 한 가족 2만3천 가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글라데시는 2017년 미얀마의 로힝야족 약 75만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들은 당시 미얀마군의 소탕 작전 등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 기존 로힝야 난민이 주로 살던 콕스바자르에 정착했다.
이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여러 차례 송환을 시도했지만, 로힝야족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송환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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