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인 시장으로 당선돼 5월 취임…"정직이 내 최대 무기"
(케포스[코스타리카]=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해변 옆에 '산바다'라는 이름의 호텔이 있고, 시내 초등학교엔 태극기가 휘날린다. 이곳 시장의 이름은 '김종관'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 도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멀고 먼 중미 코스타리카, 이름도 낯선 도시 케포스의 이야기다.
인구 3만여 명의 관광도시 케포스를 지난 5월부터 이끌고 있는 김종관(69) 시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일이 많아 아주 바쁘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코스타리카의 첫 한인 시장이다. 중남미 전체로 봐도 페루 찬차마요의 정흥원 전 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김 시장이 낯선 케포스에 정착한 것은 1984년이다.
이민을 결심하고 먼저 미국으로 갔다가 여행차 왔던 케포스에 매료돼 정착했다.
코스타리카는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마냥 행복한 나라라고 하기엔 빈곤과 범죄 등의 사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군대가 없고 자연이 살아있는 곳에서 낙천적인 사람들이 살아간다.
태평양 해안에 있는 케포스는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인 코스타리카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국립공원인 마누엘 안토니오 공원이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나무늘보, 원숭이, 이구아나 등 야생동물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케포스에서 한국서 하던 철물점을 시작했던 김 시장은 2010년 마누엘 안토니오 공원 입구에 산바다라는 우리말 이름의 호텔도 지어 함께 운영 중이다.
우리에게 케포스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케포스에서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다. 김 시장이 이민할 무렵이던 1983년 케포스 초등학교 한 곳이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위해 '대한민국 학교'로 개명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이 닫힌 대한민국 학교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케포스의 유일한 한인 가족인 김 시장은 "한국의 이름을 한 학교가 있다 보니 한국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더욱 조심해서 행동했다. 교육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고 말했다.
단군과 한국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이름을 지은 두 아들과 사업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 2월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해방당(PLN) 후보로 출마해 시장에 당선됐다. 재검표 끝에 현직 시장을 49표 차로 제친 극적인 승리였다.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안타까워 출마를 결심했다는 김 시장은 "돈을 쓰거나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도 많았지만 난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깨끗한 표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상대 후보들은 귀화한 김 시장이 외국 출신이라는 점을 공격하기도 했으나, 유권자들은 30년 넘게 시민들 속에서 봉사하며 살아온 김 시장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았다.
결혼 자금이 부족했을 때 잘 알지도 못했던 김 시장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산바다 호텔 직원은 케포스 시민들이 외국 출신 시장을 뽑는 것을 꺼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티코'(Tico·코스타리카인의 애칭)"라고 잘라 말했다.
김 시장 4년 임기의 출발은 불행히도 코로나19와 함께였다. 관광의존도가 90% 이상인 케포스는 어느 지역보다도 큰 타격을 받았다.
김 시장은 "재정이 악화했지만 그래도 계획했던 사업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며 "36개 교량 건설과 도로 150㎞ 포장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통학 걱정 없이 수준 높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버스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누엘 안토니오 공원 외에 다른 숨겨진 관광자원을 개발하려 한다는 그는 "케포스의 발전을 1세기 정도 앞당길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김 시장은 "정직이 내 최고의 무기"라며 깨끗한 자연이 살아있는 케포스에서 '깨끗한 시정'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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