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은행과 연달아 회의…코로나19 불확실성 대비 차원
"주주 설득 절차 거쳐야"…당국, '배당 평가·관리 방안'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임수정 기자 =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금융지주)이 예년보다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개별 은행과 연달아 회의를 열어 배당 축소안을 협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래 대비 차원에서 예년보다는 배당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은행권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당장 은행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는 배당에서 소극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코로나19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배당 관련 지침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한창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의 올해 경영실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양호한 점, 배당 제한 시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배당 제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이 코로나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데다가 수익성도 악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까지 축소한다면 안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낮은 은행주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 8월 금융당국 수장들의 잇단 배당 자제 구두 요청에도 불구, 중간 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 주주환원정책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산배당 축소 방향에 대해서도 주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권도 코로나19 위기 상황 대비라는 큰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들과 소통하는 절차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 상황 종료 시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 등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감원은 더 장기적으로 배당 제한 등을 포함한 자본적정성 감독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보다 명확한 논거와 권한으로 배당 축소나 자제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배당 제한 요구가 현행 법규로 가능한지, 추가 평가 도입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 중이며 금융위와도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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