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탄소중립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 필요"

입력 2020-12-07 13:24   수정 2020-12-07 15:14

기업들 "탄소중립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 필요"
"관련 기술 및 제도 완비돼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평천 김철선 기자 = 기업들은 7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에 대해 방향성은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이날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28.4%)이 높을 뿐만아니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석유화학 등의 비중(8.4%)도 높은 편이다.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도 40.4%에 달한다. 이런 산업구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고,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경우 산업계 부담이 커지고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수출이나 해외자금 조달, 기업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 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친환경, 탄소배출 제로 목표는 결국 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각종 제도를 갑자기 도입하면 기업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반도체 기업 인사도 "반도체 생산 라인 하나를 투자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이를 재생에너지만 사용해야 한다면 매우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에너지 수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업종인 석유화학, 철강 등은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내용 자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액션플랜이 진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철강업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수소를 사용한 환원 공정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공정기술), 전기로 적용 확대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는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연구를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철강업계는 현재 고로 공법으로 생산 중이다. 정책 방향에 맞추려면 업계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개발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전국 2천만 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고, 공장용지나 주유소 등을 활용해 수소 충전소 2천여 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 규모는 9천494대, 수소충전소는 51곳이다.
그러나 국내 수소 생산, 저장·운송, 충전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은 기술 선도국 대비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국내 부생수소 공급 잠재력과 추출수소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을 고려하면 2030년 이후 국내 수소 수요의 10∼50%는 해외 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소 기술선도국 및 수소 생산 잠재력이 큰 국가와 공동 연구개발(R&D), 공동 프로젝트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국제 협력을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친환경차 부품 생산을 위한 설비 확충 등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생산 공장은 탄소 배출이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중소 부품업체들은 사업 전환을 어려워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이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한국 RE100위원회 가입과 SK 수소사업추진단 출범 등을 통해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는 '녹색금융' 활성화에 주목한다. 기후 변화 관련 건전성을 투자 기준에 적용하는 녹색금융 부문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대한항공[003490]은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구성해 ESG 전략·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관련 기술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상준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정부 추진전략의 큰 방향성은 대체로 잘 짜인 편"이라고 평가한 뒤 "에너지 부문 탄소중립을 이행하려면 기존에 쓰던 석유, 석탄은 물론 도시가스까지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상의 큰 변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로드맵이 마련되고 관련 기술 및 제도가 완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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